생성되고 있는 세계의 첫 번째 빛
안개와 빛, 그리고 흔들리는 수면. 모네는 확정된 형태를 거부하고, 순간의 떨림만을 붙잡았다. 빛이 완성되기 전의 세계는, 여전히 생성 중인 예술이다
르아브르 항구의 새벽 여섯 시, 모네가 호텔 창가에서 바라본 그 순간은 하루가 열리는 경계였습니다. 밤과 낮 사이, 꿈과 현실 사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잠시 열리는 미묘한 틈새였습니다. 물 위에 반사된 태양은 오렌지빛 덩어리가 되어 파도와 함께 흔들리고, 배들의 윤곽은 아침 안개 속에서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 강가의 새벽 정경이 떠오릅니다. 한강이나 금강의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해가 동쪽 산자락을 넘어오는 순간의 고요와 설렘이 그대로 겹쳐집니다. 진정한 예술은 국경을 알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마음은 동서양을 넘어 어디서나 같기 때문입니다.
모네가 포착한 것은 단순한 일출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세상이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었고, 빛이 어둠을 물리치며 생명을 깨우는 원초적 드라마였습니다. 그의 붓터치는 거칠고 자유로우며, 물감이 채 마르기 전에 다른 색을 겹쳐 발라 서로 스며들도록 하였습니다. 그것은 마치 먹물이 한지 위에 번져나가며 우연 속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동양의 필묵과도 닮아 있습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하게 흐려지는 순간, 옛 선비들이 말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가 떠오릅니다.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되고,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사라지는 순간을 모네는 색채로 구현했습니다. 태양이 무수한 빛의 파편으로 흩어지며 수면 위에 흩날리는 모습은 불교 화엄사상의 세계관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인 세계의 신비입니다.
이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붙잡으려는 모네의 시도는 회화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는 영원한 것에서가 아니라, 순간적인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습니다. 완성된 것이 아니라 생성되는 과정에서,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변화를 품은 빛 속에서 진리를 보았습니다. 이는 우리 전통 미학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완성보다는 여백을, 고정보다는 흐름을 사랑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모네의 인상주의와 우리의 미학이 함께 만나는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