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고흐 – 〈별이 빛나는 밤〉

불멸의 심장이 그린 우주

하늘은 격정의 파도로 뒤틀리고, 별빛은 불타오르는 영혼처럼 솟는다. 고흐는 밤을 그린 것이 아니라, 불면의 심장을 그렸다. 어둠 속에서 빛은 더욱 날카롭다

생레미 정신병원의 철창 너머로 바라본 밤하늘은, 고흐의 눈에 단순한 천체의 운행으로 비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그의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폭풍이었고, 쓸쓸함과 열망이 뒤엉킨 영혼의 소용돌이였습니다. 짙푸른 밤공기 속에서 회전하는 성운들은 한국 민화의 구름무늬처럼 생동감 넘치게 춤추며, 아름다움과 동시에 깊은 고독을 품고 있습니다.

화면을 가로질러 솟구치는 사이프러스 나무는 우리네 소나무를 떠올리게 합니다. 절벽 위에서 하늘을 향해 굽이치며 뻗어가는 나무, 바람에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의지, 땅에 뿌리내리면서도 하늘을 향하는 간절한 몸짓. 고흐의 나무 또한 그러하였습니다. 땅 위의 고통스러운 현실과 하늘의 무한한 꿈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변시지가 자주 말했던 ‘한(恨)의 미학’이 이 그림에도 스며 있습니다. 고흐의 붓질 하나하나에는 풀리지 않는 그리움과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애통이 담겨 있습니다. 별들이 소용돌이치며 춤추는 모습 또한 결국 닿을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간절한 손짓처럼 보입니다. 언덕 너머 작은 마을의 창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은 인간의 온기를 상징하며, 그 빛을 바라보는 고흐의 마음은 얼마나 간절하였을지 짐작하게 합니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예술가의 광기란 결국 세상의 아름다움을 견디지 못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고. 너무 많이 느끼고, 너무 깊이 사랑하기에 견딜 수 없어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고흐의 밤하늘은 그래서 더욱 애틋합니다. 그 소용돌이 속에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압축되어 있으며, 보는 이의 마음을 끝내 흔들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