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한 손에는 편지를 들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턱을 괸 그녀의 손끝에서 알 수 없는 상념들이 흐르고, 그녀의 얼굴에는 말 없는 질문이 떠오른다
붉은 옷은 그녀의 열정이자 그녀가 살아온 삶의 열기를 나타내는 듯하지만, 그 속에 담긴 표정은 조용한 그리움이나 내면의 고독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편지는 무엇을 담고 있을까.
그 안에 쓰인 글자들은 과연 사랑일지, 작별일지, 혹은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희망의 소식일지.

나는 붉은색의 강렬함 속에서도 고요하게 빛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말 없는 이야기를 읽는다.
그녀의 침묵은 깊고, 내가 그리는 붓질은 더욱 조심스럽다.

이 순간, 그녀는 붉은 옷의 빛깔만큼이나 선명하고 아름답게 내 안에서 살아 숨쉰다.
나는 캔버스 위에서 그녀의 말없는 이야기를 듣고 또 그린다.

<여인>, 변시지, 1951년 동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