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길


차가운 겨울 아침, 눈 덮인 거리 위에 서서 나는 멀리 붉은 옷을 입고 홀로 걷는 사람을 본다. 
길 위에 난 희미한 흔적은 누군가 지나간 자리, 혹은 앞으로 걸어갈 길의 이정표일지도 모른다.

창문들은 굳게 닫혀 있고, 앙상한 가지들은 침묵 속에 하늘을 향해 팔을 뻗는다.
 이 풍경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마치 내 삶의 어느 순간을 바라보는 듯하다.

작고 고요한 걸음 속에서 삶의 무게와 외로움을 느낀다. 
이 차가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찾아오고, 눈이 녹아 길이 드러나듯 우리의 삶에도 따뜻한 빛이 돌아올 것이다. 

붓을 들어 이 고독하면서도 희망적인 순간을 담아낸다. 
뒷모습에서 피어나는 작은 온기를 기억하며.

<겨울길>, 변시지, 1952년 동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