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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승재정이 있었다. 1968년, 그 은밀한 길을 걸으며 무엇을 찾고 있었을까. 나무들이 건물을 감싸고 있었다. 마치 세상으로부터 그것을 보호하려는 듯. 승재정은 그렇게 숨어 있기를 원했다. 드러나지 않기를, 발견되지 않기를. 나 역시 그런 곳을 찾아 헤맸다.
돌계단 하나하나가 세월의 무게를 품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발걸음이 그 위를 지나갔을까. 왕의 발걸음, 신하의 발걸음, 시녀의 발걸음까지. 모든 것이 똑같이 지나간다.
그리고 깨달았다. 진짜 아름다운 것들은 숨어 있다는 것을. 세상에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들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승재정처럼, 나무 그늘 아래서 조용히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들이.
언제나 그런 곳을 찾았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구석, 빛이 제대로 닿지 않는 그늘. 거기선 늘 진실이 보였다.
<승재정>, 변시지, 1968년 비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