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꾼

 

1958년 서울에서 내가 처음 마주한 사람은 시대를 떠받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폐허 위에서 다시 일어서야 했던 그 시절

모든 사람이 짐꾼이었다.

그의 굽은 어깨 위에 얹힌 것은 단순한 짐이 아니라 한국의 무게였다.

복구해야 할 모든 것들 일으켜 세워야 할 희망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는 우리였다.

거창한 기념비도 없고 찬란한 훈장도 없지만 그는 진짜 영웅이었다.

매일 자신의 몫을 해내는 것 그것이 어떤 위대한 연설보다 큰 의미였다.

시대는 굽어진 어깨들이 모여서 역사를 만든다.

<짐꾼>, 변시지, 1958년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