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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을 듣는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
낙엽이 머물렀던 흔적
앙상한 가지들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말없이 위로하고 있다
이 침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품은 기다림이다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세상의 공허함처럼
숲은 텅 비었지만
햇살은 다시 조용히 스며들어
얼어붙은 땅을 따뜻하게 감싼다
빛과 그림자의 대비 속에서
나는 혼란과 재건을 보았다
파괴와 생성을 읽었다
지금은 고요하지만
그 속에 숨 쉬고 있는
생명의 속삭임,
계절의 약속이 느껴진다
숲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뿌리처럼
다시 자라나기 위해
침묵 속에서
새로운 봄을 준비하고 있다
<겨울나무>, 변시지, 1947년 동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