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1958년, 한 그루 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굴뚝을 마주했다.
이 굴뚝은 그저 공장의 일부가 아닌 시대가 만들어낸 거대한 증언자였다.
하루하루의 노동과 삶의 고단함이 이 굴뚝을 통해 하늘로 뿜어져 나갔다.

침묵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제 몫을 다하는 저 굴뚝을 보며, 예술가로서의 삶을 돌아보았다.
내 그림이, 저 굴뚝처럼 말없이 시대를 증언하고 있는지.
내가 그린 모든 것이 삶의 연기처럼 누군가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는지.

붓을 들고, 그 시대의 무게를 그림 위에 올려놓았다.

<굴뚝>, 변시지, 1958년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