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집

 

벽돌 하나하나가 쌓여 올린 것은 집이었을까, 아니면 내 마음의 벽이었을까.
노란 불빛이 창문마다 새어 나온다. 똑같은 벽돌로 지어졌지만 각 창문마다 다른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나는 바깥에 서서 그 빛들을 바라본다. 들어갈 수 없는 따스함을 멀리서 지켜보며.


나는 그 건물들 사이의 막다른 골목에 서 있었다. 쓰레기통 옆에 서있는 메마른 나무처럼. 이것이 서울이었다.
꿈을 품고 올라왔지만 결국 막다른 곳에 서게 되는.
그때 나는 무엇을 그렸던가. 들어갈 수 없는 창문들 앞에선 외로움이 창작의 출발점이었다.
저 많은 창문들 중 어느 하나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불빛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골목의 끝에 서서 희망을 마주하는 사람이었다.

<벽돌집>, 변시지, 1958년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