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56년, 캔버스 앞에서 나는 세 여인을 마주했다.
한 여인은 플루트를 불며 공기 속에 고요한 선율을 풀어놓았고, 또 한 여인은 바닥에 누워 꿈꾸듯 눈을 감고 있었다.
마지막 여인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것은 마치 나의 내면을 비추는 세 개의 거울과 같았다.
나는 서양의 붓끝으로 동양의 고요한 마음을 그렸다.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과 침묵, 그리고 기다림의 자세는 각기 다른 음색을 가진 악기처럼 서로 어울려 하나의 화음을 이루었다.
내 예술 속에서 이 세 여인은, 서로 다른 삶의 형태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된 우리의 존재를 말하고 있었다.
플루트를 부는 여인의 고요한 숨결,
꿈꾸는 여인의 평온한 침묵,
말없이 서 있는 여인의 기다림.
이 세 여인이 전하는 것은 결국 삶이란 균형 속에 피어나는 고요한 노래라는 것을.
그 순간, 나는 내 안에서 흐르는 또 다른 나의 선율을 들었다.
<3인의 나부>, 변시지, 1956년 동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