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한 덩이 검고 큰 바람이 고독이나 불안을 외투 자락처럼 휘날리며 밀려올 때, 반쯤 열린 옆얼굴은 자신의 일부에 관한 관념에 다름 아니다.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아우성치는 바람을 외면하려는 듯하고, 절멸과 싸워야 하는 삶을 이 섬에서 빼내려 하지 않는 태도와 흡사하다.

심연에 바람까마귀를 키우고, 그 바람까마귀의 눈으로 그 어디엔가 지팡이를 누르고 있다.

물감이 묻은 붓을 가장 외롭고 깊은 곳에 놓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