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시선 앞쪽으로 옮겨진 빈한한 말과 사람은 바람만이 비옥한 바닷가에서 막막하거나 무덤덤한 표정이다.
까마귀의 등장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바람의 옷차림에 잘 어울리는 말의 몸체가 도드라지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섬의 몸동작과도 선들은 어울린다.
말의 길이와 말의 표정 또한 감상자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잘 알고 있다는 표식이다. 제주 햇살과 바람은 곧 영혼이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 가족이다.
같은 이야기로 비치지 않으면서 한 주제를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노동에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화가도 한 식구로 곁에 있다.
어느 때는 바람을 끼니로 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