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머리보다 먼저 안다.
손끝은 즉각적으로 감지한다. 종이 섬유의 결, 황토의 습기, 먹의 점성과 무게를.
나는 오래도록 생각으로그리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손에 맡긴다.
손은 어제의 실패를 기억하고, 오늘의 망설임을 넘어, 내일의 선이 닿을 깊이를 준비한다.
붓을 대는 각도, 붓을 먹에 담그는 압력—
그 모든 자잘한 동작은 누구도 보지 못하지만, 화면의 호흡을 바꾼다.
손바닥에 각인된 반복의 기억이, 한 장 한 장의 그림을 조용히 떠받친다.
사유(思惟)는 언어를 요구한다.
그러나 손의 기억은 무언의 지혜다.
그 무언에 귀를 기울일수록, 그림은 맑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