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는 단절이 아니다. 경계는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부딪히며 새로운 세계를 탄생시키는 자리다.
태양과 바다가 만나는 지평선 위에서, 빛과 어둠은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동시에 끌어안는다. 그 순간 탄생하는 것이 노을이다.
노을은 태양의 마지막 발화이자, 어둠의 첫 고백이다. 찬란함이 스러지는 동시에 고요가 시작된다. 하나가 끝나는 자리에서, 다른 하나가 태어난다. 노을은 소멸과 탄생이 동시에 일어나는 드문 풍경이다.
경계란 늘 모호하다. 그것은 “여기”와 “저기”를 구분하는 선이 아니라, 겹쳐지는 순간이다. 낮과 밤이 맞닿는 자리에서 우리는 시간의 이행을 체험하고, 삶과 죽음이 접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존재의 연속성을 체험한다. 경계는 분리의 선이 아니라, 두 세계가 서로를 통과하며 새로운 빛깔을 만들어내는 심연의 틈새다.
노을을 바라볼 때, 우리는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존재의 본질을 목격한다. 태양은 바다 위에 붉은 길을 열어주고, 바다는 그 빛을 받아 어둠 속으로 천천히 이행한다. 이 주고받음의 과정 속에서 경계는 다리가 되고, 단절은 화해로 변한다.
노을은 늘 짧다. 그러나 그 짧음 속에서 우리는 무상의 아름다움을 본다. 오래 머물 수 없기에 더 강렬하고, 곧 사라지기에 더 진실하다. 노을은 우리에게 말한다. 모든 경계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예고편이라고.
경계에서만 가능한 탄생——그것이 노을의 미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