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찻잔


젊은 화가에게 남은 건 찻잔 하나 
전쟁은 모든 걸 앗아갔다 
웃음도, 꿈도, 그림을 그릴 붓도 

화가의 방엔 
홀로 남은 찻잔 하나 

붉은 사과는 먼 기억처럼 
검은 잔은 남은 상처처럼 

흰 천 위 떨리는 손끝에 
그림 대신 고독이 머문다 

<사과와 찻잔>, 변시지, 1941년 오사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