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식어가고 고요할 때, 바다 언덕에서 물결을 헤쳐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날 수도 없는 사내가 그리움으로 높아진 열점을 통과하고 있다. 원래 온 길이 있었으니, 텅 빈 마음을 토양으로 누군가를 기다릴 때 아니라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
삶의 첫 번째 원칙은 기다림이라 할 수 있고, 많은 기다림으로 얼룩진 바다는 불망이 얼마나 하염없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오늘도 물결 짓는 것이며, 기다림은 기다림 다음에도 기다림이라는 함축이다. 언뜻 그림은 기다림의 매혹에라도 빠진 듯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