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순간의 영원한 아름다움
풀장 위로 치솟는 하얀 물결. 호크니는 일상의 찰나를 평면과 색채의 실험으로 변환합니다.
1960년대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호크니는 로스앤젤레스의 햇살 가득한 일상을 포착합니다. 수영장 시리즈로 잘 알려진 그의 작품에는 캘리포니아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과 더불어 동성애자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이 솔직하게 담깁니다. 파란 풀장과 현대식 건축, 야자수가 이루는 구성은 1960년대 미국 서부가 꿈꾸던 자유와 환상의 풍경을 상징합니다.
물보라가 치솟는 순간을 담아낸 장면은 사진의 순간성과 회화의 지속성을 결합합니다. 호크니는 수많은 사진을 참고하였으나, 최종적으로는 회화의 언어로 다시 번역합니다.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화풍은 마티스와 피카소의 영향을 드러내면서도, 팝 아트가 지닌 일상성과 직접성을 함께 보여줍니다.
그의 성적 정체성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개방적이었으며, 작품 속에는 은밀하면서도 분명한 동성애적 감수성이 배어 있습니다. 수영장은 쾌락과 욕망의 공간이자, 동시에 고립과 소외의 무대가 됩니다. 이는 화려한 표면과 그 이면의 고독이 교차하는, 호크니 예술의 중요한 이중성을 드러냅니다.
1970년대 이후 그는 사진 콜라주 작업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새로운 표현 방식을 탐구합니다. 수백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조합해 만든 ‘조이너’ 시리즈는 큐비즘의 다시점 원리를 사진 매체로 확장한 성취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이패드를 활용한 디지털 회화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국 회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국제적 감각과 결합하여 독창적인 성취를 이룹니다.
호크니의 예술은 결국, 일상의 장면을 빛과 색채로 새롭게 발견하는 눈,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는 의지에서 비롯됩니다. 그의 풀장은 단순한 수영장이 아니라, 자유와 욕망, 환상과 고독이 뒤섞인 현대인의 내면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