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바람이 멎고,
빛이 내가 바라는 그 한 지점에 닿고,
마음이 시작할 준비를 마칠 때까지 —
나는 붓을 쥔 채 멈춰 서 있는다.
성급히 그은 선은 후회를 남기고,
준비되지 않은 색채는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내면은 텅 빈 채로 남는다.
제주의 시간은 내게 말해주었다.
“천천히 해도 충분하다.”
숨을 들이쉬고,
한 호흡을 두고,
천천히 내쉬며 선을 하나 긋는다.
그 선은 호흡과 함께 태어나,
나이테처럼 단단함과 온도를 띤다.
기다림은 수동이 아니라, 능동적인 준비다.
씨앗이 흙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계속하듯,
그림도 마음 깊은 곳에서 익어갈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정상만을 서둘러 오르면,
중간의 풍경을 놓치게 된다.
하지만 한 걸음씩 오르면
길가의 꽃, 바위 틈의 이끼, 나뭇잎 사이 햇살까지 보인다.
오래 기다릴수록 마음은 투명해지고,
보이지 않는 빛의 흔적은 더 깊게 남는다.
나는 빛이 사라진 후에야 붓을 들고,
사라져가는 것의 여운 속에서
“보이지 않는 빛”을 그린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조용히 기다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림을 완성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