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 가득 찬 도시의 계절 속에서,
전시와 비평, 판매와 경쟁의 순환은
나에게서 천천히 생각할 힘을 앗아갔다.
명성에 대한 갈망과 창작의 순수성사이의 갈등은
마음을 조금씩 닳게 만들었다.
제주로 이주한 뒤에야, 나는
오아시스 같은 고요함을 얻을 수 있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벗어나,
오직 나의 절뚝이는 걸음과 호흡의 속도에 맞춰 그림을 그린다.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평온도 —
그 모든 것이 한 장의 그림 속 색과 선으로 스며든다.
고요는 공허가 아니다.
그 속에서 나는 가장 가볍고, 가장 깊은 나를 만난다.
침묵은 귀를 막는 것이 아니라,
여운을 듣는 능력을 열어준다.
나는 바람이 지나간 자취만을 기억하고,
고정된 형상을 풀어낸다.
진정한 사랑이 소유가 아니라 자유의 선물인 것처럼,
참된 묘사 역시 형태를 구속하지 않고,
흐름을 허락하는 데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