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예술과 부부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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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인간의 의도적인 자기표현의 정신활동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대상에서 받게 되는 정서와 감수성을 드러내 보이는 정신활동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인간의 삶에 대한 자기 나름의 독특한 해석의 방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 이해에 대해서는 하나의 약점이 있다. 그것은 자기표현이 꼭 예술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기표현, 즉 감정의 표출이나 개성의 발휘가 예술창작의 주요 목적이며 의미라면 부부싸움도 일종의 예술이 될 수 있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 흥분한 나머지 접시를 내던졌다고 하자. 그 깨어진 모양이 사람마다 다르다. 흥분해 던진 이의 그때의 감정은 외재화(外在化)되고 거기에 그의 개성이 나타나는데, 그것이야말로 즐거운 자기표현이 아닐까. 이 같은 의미에서 잭슨 폴록은 예술가라 할 수 있었지만, 그러나 그는 이러한 작업상의 한계로 자살하고 만 것이 아닌가. 액션 페인팅에서는 스스로의 감정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손을 움직여 자기를 표현한다. 부부싸움이나 폴록의 그것은 이런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이와 같은 것은 표현상의 어떠한 구속, 이를테면 사생이나 양식이나 규칙 등의 구속이 적으면 적을수록 표현의 자유, 다시 말하면 자기표현의 분량과 방식은 그만큼 증대되는 것이다. <예술과 풍토, 변시지> |
🧭 시군
“서양에서는 고흐처럼 격렬한 감정과 고독한 삶이 예술의 불꽃이 되었다고 보죠. 그렇다면 부부싸움처럼 일상적인 갈등도 예술의 재료가 될 수 있을까요?”
🍃 지양
“동양에서는 갈등 속에서도 **정(情)**과 **한(恨)**이 깃든 깊은 감정을 중요하게 여겨요. 그렇다면 부부싸움도 그냥 감정 폭발이 아니라, 화해와 울림이 담긴 예술이 될 수 있을까요?”
🌿 시지의 대답
사랑과 싸움은 한 뿌리에서 자란 두 감정입니다. 서양은 갈등을 폭발적으로 표현해 예술로 승화했고, 동양은 갈등을 흡수해 정·한·흥이라는 복합 감정으로 길러냈습니다.
👉 진짜 예술가는 상처를 피하지 않고 감정의 원석으로 간직합니다.그리고 그것을 형태·색·리듬으로 갈아내 빛나는 작품으로 바꿔내죠.
👥 대상별 조언
🎓 학생에게
“친구와 다퉜던 기억이 있다면, 그때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해 보세요. 화, 서운함, 그리움—all 그림의 재료가 됩니다.”
👥 일반인에게
“부부싸움 뒤의 침묵, 그리고 다시 잡는 손… 그 감정의 물결은 영화나 음악 속 장면처럼 울림이 있어요. 작품을 볼 때 그런 ‘갈등 뒤의 정서’를 함께 상상해 보세요.”
🖼️ 컬렉터에게
“작품 속 강렬한 붉은 선, 찢긴 화면은 종종 작가의 갈등을 암시합니다. 표면보다 그 균열 속 감정 에너지를 읽을 수 있어야 컬렉션이 살아납니다.”
🎨 화가 지망생에게
“갈등을 피하지 마세요. 스케치북에 감정을 쏟아보세요. 변시지 화백도 가족 갈등과 시대적 좌절을 황토와 먹으로 정화하고 재창조했습니다. 감정은 최고의 물감이 됩니다.”
🌀 변시지의 사례
변시지는 감정의 골짜기를 지나면서, 그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찾은 작가였습니다. 부부싸움조차도 그에게는 예술의 재료였습니다—파열, 침묵, 그리고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