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기술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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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넓은 의미에서 기술의 일종이며 그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인 '테크네(techne)'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무언가 기술적으로 제작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예술일 수 있는가. 제비가 집을 짓는 놀라운 기술을 보고 그것을 예술이라 하지는 않는다.이와 같이 단순한 의미의 제작물과 예술을 구분 지어 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스 사람들은 그것을 특히 인간의 힘, 그것도 실용적인 효용가치를 떠난 독자적으로 완결된 정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제작능력을 단순한 기술과 구별했다. 특히 오늘날에 와서는 미적 작품·회화·조각·음악·시 등을 형성하는 인간의 창조활동이나 거기에 따른 성과를 예술로 지칭하게 되었는데, 이때의 창조의 의미는 각각 다르다. 그것은 곧 자연에서는 자발적인 것이요, 기술이나 지식에서는 개념적인 것이요, 예술에서는 직관적인 것이다. 이러한 예술창조의 근원으로 상상력, 유희충동, 모방충동, 표출충동 등의 심리적·정서적 동기가 작용한다.한편 예술을 예술가의 창조의욕에 따라서 회화·건축·조각·시·음악 따위로 분류하고 있고, 그 존재양식도 공간적인 것, 시간적인 것으로, 또는 매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리 분류되기도 한다. 예술매체의 다양화에 따라 이러한 경향은 현대에 이르러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기 때문에 고대와는 다른 의미에서 예술과 기술과의 화해적 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예술 스스로의 물질현상 또는 물질의 조건은 인간에 의해 그리고 인간과 함께 변환시켜 간다 하겠다.액션 페인팅에서는 스스로의 감정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손을 움직여 자기를 표현한다. <예술과 풍토, 변시지> |
🧭 시군
“고대 그리스에서는 기술(techne)과 예술이 같은 말이었고, 바우하우스나 모더니즘은 ‘기능과 기술’이 잘 어우러진 예술을 추구했어요. 그럼 예술의 가치는 결국 기술적으로 얼마나 완성도가 높냐에 달린 걸까요?”
🍃 지양
“동양에서는 **기술보다 마음(道)**을 중요하게 여겨 ‘붓끝에는 기술이 아니라 정신이 남는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진짜 예술은 기술을 넘어, 기운과 정신을 담는 것일까요?”
🌿 시지의 대답
기술은 몸이 쓰는 언어, 예술은 마음이 남기는 목소리입니다.
서양은 르네상스 원근법에서 3D까지 기술을 발전시켜 미를 확장했고, 동양은 붓 하나로 기운과 정신을 응축해 미를 심화했습니다.
👉 기술은 예술의 뼈대, 정신은 그 숨결—이 둘이 함께할 때 작품은 살아 움직입니다.
👥 대상별 조언
🎓 학생에게
“악기를 배울 때 손 연습(기술)도 중요하지만, 곡의 감정을 표현해야 진짜 음악이 되죠. 그림도 같아요. 연습과 표현, 둘 다 경험해 보세요.”
👥 일반인에게
“커피 한 잔에도 바리스타의 기술과 정성이 함께 담기죠. 예술도 마찬가지예요. 감상할 때 ‘어떤 기술?’과 ‘어떤 마음?’을 함께 느껴보세요.”
🖼️ 컬렉터에게
“작품의 터치가 아무리 완벽해도, 그 안에 작가의 정신과 시대 의식이 없다면 감동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기술을 넘어선 메시지를 함께 읽어야 합니다.”
🎨 화가 지망생에게
“해부학, 재료 연구, 색 이론—all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술에만 머무르지 마세요. 변시지 화백처럼, 완성된 기술 위에 자신만의 감정과 바람을 얹는 게 중요합니다.”
🌀 변시지의 사례
황색 색체실험: 변시지는 제주 정착 후 다양한 색채 물감을 버리고 황색과 먹색으로 동양화와 서양화를 동시에 작업했어요. 이는 단순한 색채 실험이 아니라, 자연·기술·정신을 하나로 엮은 창작 행위였습니다.
먹선의 절제: 노년기에는 고도로 숙련된 붓 기술을 한 획의 선으로 응축해, 기술의 최소화로 기운을 극대화했죠.
👉 그는 기술을 “영혼이 지나가는 다리”라고 생각했고, 다리를 튼튼히 세운 다음, 그 위로 자신의 바람과 감정을 흐르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