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모방의 본질

7. 모방의 본질


예술은 자연을 모방하지만 그것을 복사하지는 않는다. 

미술은 자연을 모방하되 사물과 대상을 선택한다. 여기서의 선택이란 대상의 나열이 아니라 화가의 미의식의 표출방식이다. '있는 것'보다는 '있어야 할 것', '특이한 하나'보다는 '범상하고 일반적인 것' 이른바 존재보다는 당위에, 특수보다는 보편·영원에 모방의 본질이 있다.

모방은 그러므로 베끼기가 아니라 창조의 정신이다.

<예술과 풍토, 변시지>

🧭 시군

“플라톤은 예술이 ‘이데아(완전한 원형)의 그림자’라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을 모방해 감정을 정화한다’고 했어요. 그럼 진짜 예술은 현실을 정확히 따라 그릴 때 완성되는 걸까요?”

🍃 지양

“동양에서는 겉모습보다 **뜻과 기운(氣)**을 그리는 걸 중요하게 여겼죠. 그렇다면 모방이란 눈에 보이는 대상을 똑같이 그리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본질을 새롭게 만드는 일일까요?”

🌿 시지의 대답 

모방은 단순히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본 대상을 자신의 감각과 시대정신으로 새롭게 ‘번역’하는 것입니다.
서양은 형태와 질서를 통해 이상을 찾았고, 동양은 기운과 정신으로 대상의 숨결을 새롭게 표현했죠.
👉 결국 진짜 모방은 외형을 통해 본질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창조 행위입니다.


👥 대상별 조언 

🎓 학생에게

“산을 그릴 때 그냥 따라 그리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그 산이 주는 웅장함이나 고요함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해 보세요. 그것이 ‘창조적 모방’입니다.”

👥 일반인에게

“좋은 영화 리메이크가 단순한 복사가 아니라 새 감정과 해석을 담듯, 예술의 모방도 마찬가지예요. 작품을 볼 땐 ‘익숙함 속의 새로움’을 찾아보세요.”

🖼️ 컬렉터에게

“걸작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라도, 작가가 자신만의 시대·감정을 입혔다면 고유한 가치가 있습니다. 겉모양이 비슷한 것보다 내적 변주와 해석의 깊이를 보세요.”

🎨 화가 지망생에게

“대상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한 뒤, 그 느낌과 에너지를 변형해 보세요. 변시지 화백처럼 현실을 모사하면서도, 삶의 기운과 시대의 감정을 담는 것이 모방을 넘어 창조가 됩니다.”


🌀 변시지의 사례 

〈지게꾼〉, 〈나무패는 사람〉(1958): 노동자의 몸짓을 사실적으로 모사하면서도, 붓의 떨림으로 고단한 삶의 기운을 새롭게 창조.

제주 황토 추상: 외형은 지우고, 바람과 돌담의 에너지만 남겨 모방을 ‘형태 → 본질의 번역’으로 확장.

👉 변시지에게 모방은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을 다시 살려내는 일이었습니다.
이는 동서양의 모방론을 잇는 하나의 통로이자, 풍토의 본질을 새롭게 표현하는 실험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