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미적 감각 또는 감각적 미

4. 미적 감각 또는 감각적 미


루벤스나 고야 혹은 르누아르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늘 그 형태와 색채에 감추어진 부드러움 속에 빠져들곤 한다. 

수목이나 암석이나 금속 따위의 사물마저도 명주나 꽃잎을 손으로 만졌을 때처럼 그 느낌은 부드럽고 유연하다.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것처럼 확실한 감각은 없다. 그러나 이렇게 '그려져' 있는 수목이나 땅이나 암석에서 실물보다 더 부드러운 촉감과 유연성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미적 감각 또는 감각적 미야말로 사물과 예술을 잇는 기본적 정서이다.

<예술과 풍토, 변시지>

🧭 시군

“칸트는 미를 ‘이해관계 없이 느끼는 기쁨’이라고 하고, 영국 철학자들은 감각을 훈련해야 진짜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럼 미적 감각은 결국 ‘세련된 감각 능력’을 뜻하는 걸까요?”

🍃 지양

“동양에서는 눈앞 자극보다 마음에 스며드는 기운과 여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렇다면 진짜 아름다움을 느끼는 능력은 눈이나 귀보다, 마음이 열릴 때 완성되는 것 아닐까요?”

🌿 시지의 대답 

서양은 감각을 섬세하게 훈련해 미를 느낀다고 보고, 동양은 마음의 울림으로 감응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결국 둘 다 말하는 건 같아요. 감각이 문을 열고, 마음이 그 안에 방을 만드는 것—이 두 과정이 함께 할 때 진짜 미적 감각이 생깁니다.


👥 대상별 조언 

🎓 학생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눈을 감고 ‘이 소리가 무슨 색일까?’ 상상해 보세요. 서로 다른 감각이 겹치는 경험이 감각의 힘을 키워줍니다.”

👥 일반인에게

“카페에서 커피 향을 맡으며 창밖 풍경을 보면 편안해지죠? 그 순간이 ‘감각적 미’입니다. 설명 없이도 몸이 먼저 알고, 마음이 따라옵니다.”

🖼️ 컬렉터에게

“작품을 고를 때 눈으로만 보지 말고, 색이 불러오는 냄새, 촉감, 분위기를 함께 느껴보세요. 작품은 감각 전체를 울릴 때 진짜 공간을 만듭니다.”

🎨 화가 지망생에게

“붓을 들기 전, 대상이 주는 온도, 냄새, 습도를 몸에 저장해 두세요. 그림을 그릴 때 그 느낌을 손끝에 옮기면 화면에 ‘살아 있는 감각’이 남습니다.”


🌀 변시지의 사례 

변시지 화백은 제주 시절에 화려한 색을 버리고 황토색과 먹색만 사용했습니다. 이로써 시각 자극을 줄이고, 바람, 냄새, 흙의 촉감을 더 잘 느끼게 만들었죠. 그의 그림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 전체로 느끼는 감각의 예술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