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구, 원추, 원통

29. 구, 원추, 원통


회화에서의 구성의 문제는 가장 중요한 것이며, 한편 구성을 단순화한다는 것은 대상을 보다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한 것 외에 그것을 이해하기 쉽게 하는 의미의 단순화일 수 있다. 고갱의 종합주의적 태도가 그것이다. 그의 구성은 고전의 교훈을 누구보다도 풍부하게 받아들이면서 독자적 입장에서 체계화했다. 

세잔은 자연을 구(球) 원추(圓錐) 원통(圓筒)으로 요약하여 구성의 수단으로 삼았는바, 이는 모든 사물을 투시법에 따라서 물체의 전후좌우가 중심 일점에 집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넓이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수평선과 수직선과의 교차점에 깊이를 가하고 자연을 넓이보다 깊이 보아 빨간색이나 노란색으로 나타냈다. 그러면서 빛의 파동 속에 공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청색을 충분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세잔의 이러한 생각은 그의 〈목욕하는 사람들〉에 잘 반영되어 있다.세잔의 물체에 대한 관심은 안정성 있는 개념의 추구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만년에 그는 목욕하는 사람들을 많이 그렸지만, 거기에는 인물의 육체적 균형보다는 삼각형 구성 속에 인체를 조립하는 데 고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술과 풍토, 변시지>

🧭 시군

“세잔은 자연의 모든 것을 ‘구(球), 원추(원뿔), 원통(기둥)’으로 보면 복잡한 풍경도 질서 있게 구조화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서양 회화에서 단순화는 형태를 줄이기 위한 게 아니라, 본질을 잡아내기 위한 조형적 사고방식이었던 걸까요?”

🍃 지양

“동양 화론에서도 산, 구름, 나무 등을반원, 점, 삼각, 곡선으로 요약해 기운과 구조를 동시에 잡았어요.
그렇다면 동양도 단순한 기하 요소를 통해**기(氣)와 형(形)을 동시에 표현하려 했던 것 아닐까요?”

🌿 시지의 대답

세잔은 사물의 본질을 찾기 위해 자연을 구·원추·원통이라는 단순한 형태로 환원했습니다. 그는 시각적 질서를 세우고, 감정과 지각을 정돈했죠. 동양 역시 산수와 사물의 기운을 점·선·면의 조화로 구성해형태 너머의 흐름을 포착했습니다.

👉 결국 단순 도형은 자연을 이해하려는 구조의 언어, 형태와 기운을 함께 담기 위한 조형적 최소 단위입니다.


👥 대상별 조언

🎓 학생에게

“풍경을 그릴 때, 나무는 원통, 산은 원추, 바위는 구로 먼저 잡아 보세요. 디테일을 그리기 전에 구조를 단순화하는 눈이 생깁니다.”

👥 일반인에게

“일상 공간도 ‘선, 원, 삼각’으로 나누어 보면익숙한 사물이 새롭게 보입니다.
예술은 보는 방식을 훈련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 컬렉터에게

“기하적 구조가 뚜렷한 작품은공간에 안정감과 조형적 긴장을 줍니다.단순화 속에 감정과 에너지가 담긴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집니다.”

🎨 화가 지망생에게

“스케치할 때 형태를 단순 도형으로 환원한 뒤, 그 위에 감정, 색, 리듬을 얹어보세요. 변시지 화백은 제주 오름을 두세 곡선만으로 요약하면서도, 그 안에 지층, 바람, 시간의 감각을 담아냈습니다.”


🌀 변시지의 사례

〈오름 〉시리즈: 제주 오름을 원추형 곡선 두세 개로 간결화. 황토의 그라데이션으로 지층의 시간성을 표현.
→ 세잔식 조형 구조 + 동양적 여백 감각의 통합.

돌담: 둥근 돌은 , 담장은 원통, 오름의 흐름은 원추로 빠른 먹선으로 조립. 최소한의 선만으로도 풍토의 구조와 기운을 함께 표현.

👉 변시지는 세잔의 단순화 원리를 서양의 조형 감각과 동양의 기(氣) 사유로 잇고,그것을 **‘바람이 지나가는 형상’**으로 재해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