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브라크의 반구(半球)

28. 브라크의 반구(半球)


브라크는 세잔의 후계자 중 한 사람이었다. 특히 구(球)의 취급방식은 흥미로운 바가 있다. 그것이 단순한 입방체라면 면의 구성 내지 선만으로써 표현할 수 있지만, 구의 경우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선으로만 나타내면 한 개의 원반이 형성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구를 이등분해서 두 개의 반구로써 그것을 재구성하고 한 개의 구의 개념을 선만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인물의 머리, 항아리, 과일 등과 같은 구의 기본 모티프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삼차원으로 추구했다.

이러한 양식의 그림은 지성으로 보아야 되겠지만, 회화가 무엇이냐 하는 물음에 피카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화가는 자연을 모방하거나 묘사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에서부터 회화 쪽으로의 이동을 진행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보면 자연 자체가 그대로 그림이 된다고는 물론 말할 수 없다. 작가의 해석이 가미되면서 비로소 작품이 창조되는 것이다.

들라크루아는 자연 그대로를 구도로 잡지는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것이 구성되었을 경우에만 아름다운 것이다. 여기에 관찰자의 주관, 이상, 상상력과 이미지가 가미되어, 색채나 선만으로 할 수 없는 구성의 세계를 이루는 것이다.

<예술과 풍토, 변시지>

🧭 시군

“브라크는 사람 머리나 사과처럼 둥근 형태를 두 개의 반구로 나눠 다시 조립했어요.
이는 ‘선을 따라 그린 구는 평면처럼 보인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죠. 그렇다면 입체파는 대상을 해체하고 재조립해, 지각의 방식 자체를 바꾸려 한 실험이었던 걸까요?”

🍃 지양

“동양 산수화에서도 산·바위·구름을 점·선·면으로 쪼개고 조립해 부분 → 전체 → 기운을 구성했어요.
그렇다면 동양에서도 사물을 나누고 배열함으로써 형태와 기운을 동시에 표현하려 한 구조적 방법이 있었던 것 아닐까요?”

🌿 시지의 대답

브라크는 완전한 구를 쪼개어, ‘보이는 것’에서 ‘생각하는 것’으로의 회화적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입체를 분할하고 회전시켜, 하나의 시점이 아닌 경험 전체를 담는 새로운 공간 구조를 만들었죠.
동양 화가들도 반원, 점, 선, 색면을 조립해 산수의 기운과 공간의 리듬을 만들었습니다.

👉 결국 브라크의 반구는 지각을 쪼개고, 감각을 재조합하는 실험, 그림이 눈의 복사본이 아닌 지각의 문장이 되는 순간입니다.


👥 대상별 조언

🎓 학생에게

“컵을 앞·옆·위에서 각각 스케치하고, 그 조각들을 하나의 화면에 조립해 보세요. 이게 바로 브라크가 말한 ‘다시점 회화’의 시작이에요.”

👥 일반인에게

“입체파 그림이 ‘깨진 거울’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사실 그건 작가가 한 바퀴 돌며 본 기억들을 한 화면에 겹쳐 그린 것이에요. 산책하며 보던 풍경처럼요.”

 

🖼️ 컬렉터에게

“입체파 스타일 작품은 면·선·색이 분절되어 있어,
조명과 거리, 시점에 따라 공간 감각이 달라집니다.이러한 작품은 정적인 공간에 시각적 리듬을 부여해 줍니다.”

🎨 화가 지망생에게

“둥근 물체를 구·반구·면으로 분할해, 구성 순서를 바꾸거나 비틀어 보세요.
변시지 화백은 때때로 제주 돌담과 오름의 면을 각기 다른 시점에서 재배열해 섬을 걷는 시선을 하나의 회화 구조로 압축했습니다.”


🌀 변시지의 사례

변시지에게 회화란 보이는 하나의 시점이 아니라, 움직이며 체험한 기억의 궤적이었습니다.
브라크의 반구가 형태를 쪼개는 실험이었다면, 변시지의 회화는 풍토를 분할하고 감각을 조립하는 시각적 지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