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후기 인상파와 20세기

26. 후기 인상파와 20세기


마네나 드가 등의 전기 인상파에서 세잔, 르누아르, 루소, 고흐, 고갱 등의 후기 인상파에 이르면서, 데생보다는 색채의 문제가 중심적 과제가 되었다가, 고흐에 이르러서는 색조가 색채의 의미로 이해되었다. 또한 후기 인상파 시대에 와서는 추상성이 더욱 강화되어 형이상학적이 되었다. 

전기 인상파가 구체적인 형체를 대상으로 하고 인상적인 일상생활을 회화적 해석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후기 인상파는 그 모델로부터 받아들인 인상을 모델의 형태와 색채의 묘사에 의존하지 않고 임의대로 형태와 색으로 추상화하였다. 햇빛 아래의 열풍에 서 있는 나무를 묘사한 고흐의 경우 대상의 고유한 형태나 색은 여기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목의 고유한 빛과 잎사귀의 흐름을 무시하고, 바람의 방향을 나타내는 것 같은 선의 집합과 검은색의 수목은 회전하는 듯하고, 태양은 타오르듯 빛을 발한다. 고유한 자연 상태 또는 색을 무시한 강렬한 색과 회오리 상태의 선의 집합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상적 추상은 상징주의나 추상주의에서 볼 수 있는 관념적 방법과는 달리 실제의 사물과 풍경에 직접 대결해서 제작하는 방법이다. 이리하여 후기 인상파 화가들은 낡은 회화 형식에서 벗어나 20세기 회화의 여러 징후들을 시험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무기교적이라 말할 수 있고, 그 무기교적 효과가 20세기 회화의 문을 연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예술과 풍토, 변시지>

🧭 시군

“세잔·고흐·고갱 같은 후기 인상파 화가들은보이는 대상을 그대로 그리는 대신, 형태를 단순화하거나 색을 감정적으로 바꿨죠. 그렇다면 20세기 모더니즘 회화는 현실을 복사하는 것에서 벗어나, 감정과 정신을 주제로 새 언어를 만든 실험이었던 걸까요?”

🍃 지양

“동양의 심상 산수나 현대 단색화도 자연을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기운이나 감정을 몇 획, 몇 면에 담았어요.
그렇다면 동양 현대미술도 대상의 형태보다는 내면의 울림을 표현하려 한 흐름이었던 건 아닐까요?”

🌿 시지의 대답 

후기 인상파는 ‘보이는 대로’를 넘어서 ‘느껴지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고흐는 색으로 감정을, 세잔은 형태로 질서를, 고갱은 상징으로 영혼을 표현했죠.
동양의 현대 화가들 역시 자연을 재현하지 않고 기운, 감응, 침묵의 농도로 재창조했습니다.

👉 결국 20세기 회화는재현에서 추상으로, 추상에서 정신성으로 나아간 길입니다.


👥 대상별 조언

🎓 학생에게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지 않아도 괜찮아요.풍경을 보고 ‘무슨 느낌이었는지’를 색이나 형태로 바꿔 그려보세요. 그게 바로 20세기 미술의 시작점이에요.”

👥 일반인에게

“고흐의 그림은 색이 이상해도 감정은 또렷하죠.
이처럼 20세기 미술은 사실보다 감정의 진실을 더 중시했어요. 작품을 볼 때 정확함보다 느낌을 먼저 보세요.”

🖼️ 컬렉터에게

“형태나 구도보다 색의 기세, 화면의 리듬이 강한 작품이 정서적·시대적 전환기에 등장합니다. 20세기 회화는 변화의 역사이니, ‘형태에서 정신으로’ 옮겨가는 흔적을 읽어보세요.”

🎨 화가 지망생에게

“사실 스케치 후, 일부 형태를 과감히 생략하거나 왜곡해 보세요. 변시지 화백도 제주에서 사물의 외형을 지우고
황토와 먹으로 기운과 시간만 남겼습니다.
‘덜어내기’는 표현을 더 깊게 만듭니다.”


🌀 변시지의 사례

도쿄 시절: 인상주의적 색감과 구성 → 세잔·고흐의 영향 아래 구조와 정서를 통합.

서울시절:〈지게꾼〉·〈나무패는 사람〉형태는 사실적이지만, 시대의 고단함, 노동의 정서를 표현 → 사실 + 감정의 리얼리즘.

제주 전환기: 자연의 외형을 걷어내고, 단색의 흐름으로 기운·정서·철학을 중심에 둔 회화로 전환.

👉 변시지의 화업은 보이는 자연 → 느껴지는 풍토 → 남겨지는 감정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는 20세기 회화 정신을
‘바람’라는 한국적 언어로 다시 쓰는 작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