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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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로트렉이나 드가가 카바레의 풍경이나 발레리나의 모습 등 특이한 주제에 매달려 자신들의 독자적 특성을 내보이고 있을 때, 다른 한편에는 인상주의적 형식을 빌되 우화와 상징의 수법을 차용한 퓌비 드 샤반느와 고의적으로 관념성을 강조했던 신비주의자 르동이 있었다. 또한 신인상파에 반해 보다 인간적인 사고를 지니면서 '색채를 주관으로 돌리라'고 외쳤던 고갱이 있었다. 고갱은 쇠라와 여행했을 때 사생 중에 쇠라가 순간적으로 물감을 혼합하려는 것을 보고 그것을 말리면서 말했다. "자네는 그 나무를 어떻게 보는가. 녹색이면 무조건 자네의 팔레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녹색을 거기에 칠하게. 다음은 그림자야. 그림자는 오히려 청색이 아닌가. 그러면 겁먹지 말고 청색을 칠하는 거야." 이 같은 고갱의 지적은, 빛과 그림자의 작용은 색채적으로 다를 바 없음을 가르쳐 준 것이다. 다시 말해 빛이나 그림자나 색채로 본다는 점에서 들라크루아가 말하는 "회화에 있어 회색은 적이다"라는 진술과 동일하다. 들라크루아의 정신은 이렇게 계승 발전되어 왔던 것이다. <예술과 풍토, 변시지> |
🧭 시군
“고갱은 그림자조차도 ‘색’이라고 했고, 드가와 로트렉은 무대 조명 아래에서 그림자와 빛을 색채로 표현했어요.
그렇다면 서양 미술에서 빛과 그림자는 단순히 밝기 대비가 아니라, 색의 두 가지 얼굴, 감정의 상반된 리듬인 걸까요?”
🍃 지양
“동양 수묵화는 먹의 농담과 여백으로 음양의 조화를 표현했죠.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그림자를 ‘미의 그릇’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동양에서 그림자는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빛을 더 깊게 느끼게 해주는 공간 아닐까요?”
🌿 시지의 대답
서양은 빛과 그림자를 색의 긴장과 변주로 풀고, 동양은 먹의 번짐과 여백으로 침묵과 기운을 담았습니다.
하나는 감정의 대비를 드러내고, 다른 하나는 감정의 여운을 키웠죠.
👉 빛과 그림자는 서로를 완성하는 한 쌍, 예술에서 둘은 단순히 밝고 어두운 것이 아니라, 감정·시간·공간의 온도를 조율하는 이중 지휘자입니다.
👥 대상별 조언
🎓 학생에게
“강한 조명을 켜고 사과를 그릴 때,밝은 면엔 주황, 그림자엔 파랑을 써보세요.
‘그림자도 색’이라는 고갱의 말을 직접 느껴보게 됩니다.”
👥 일반인에게
“한옥 처마 밑 그늘에 앉아 있을 때, 햇빛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감정을 더 깊게 만듭니다.작품 감상도 마찬가지예요.”
🖼️ 컬렉터에게
“하이 콘트라스트 작품은 공간에 드라마, 먹과 여백 중심 작품은 정적 긴장과 명상성을 줍니다. 이 둘을 교차 배치하면 전시장 전체에 시각적 파동이 생깁니다.”
🎨 화가 지망생에게
“배경을 황토로 깔고, 빛이 닿는 면은 밝은 황토, 그림자에는 흰색이나 청색을 써 보세요. 변시지 화백은 이 방식으로 노을과 적막, 바람의 기운을 함께 그렸습니다.”
🌀 변시지의 사례
〈겨울 경회루〉설경의 눈은 먹의 희석 농담으로, 그림자 부위는 황토와 먹층으로 눌러 표현.
→ 단순한 흑백 명암이 아니라, 적막 속 감정의 진폭을 드러냄.
황토 노을 연작: 캔버스 대부분을 탁한 황토로 눌러 그림자의 그릇을 만든 후, 지평선에 주홍빛 한 줄기로
빛의 감정적 폭발을 유도.
👉 변시지는 “그림자의 깊이만큼 빛이 숨 쉰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그림자는 어둠이 아니라 바람이 스며드는 여백,
빛은 그것을 통해 비로소 감정을 얻는 생명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