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색채의 혼합과 배열

24. 색채의 혼합과 배열


모네, 피사로, 세잔 등의 색채 연구를 한층 과학적으로 실행했던 사람은 쇠라로서, 그는 인상파에서 붓촉을 이용하여 많은 경험을 하고 있던 색조분할을 과학적으로 합리화한 수법에 의해 새로운 인상파를 창시한 사람이다. 시슬리나 시냐크 등을 포함하여 이들을 신인상파라 불렀다. 

이들은 색채를 팔레트 위에 혼합하는 대신에 작은 색점을 서로 합동으로 나열하여 혼색의 효과를 시각적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한층 색채의 순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의 테크닉도 이미 들라크루아가 예언한 바 있고, 실제로 부분적으로 작품제작에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녹색 및 보라색은 서로 엇갈리게 놓아야 하며, 팔레트 위에서 혼합하면 안 된다"고 들라크루아는 적고 있다. 그에 의하면, 색조의 혼합은 색을 탁하게 하고 광택이 없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그후 쇠라와 신인상파 화가들은 자연과학적 입장에서 태양광선의 프리즘적 요소의 지식을 그들의 화법 속에 도입하면서 '자연 속에서는 흑색과 백색은 없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화면에서의 흑색과 백색은 추방되고 광학적인 지식을 구했지만, 거기서 얻어진 지식은 빛에 대한 특정한 관념으로 굳어지면서 모든 물체의 고유색을 무시했기 때문에, 빛의 본질을 찾는 데는 실패하고 오히려 도안풍의 그림을 제작했다. 

신인상파는 외관에 의한 자연에 직접 대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사실정신에서 멀어져 관념적·주관적인 배색의 유희가 되고 말았다. 결국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한편 이러한 외광파들의 수법은 컬러 인쇄술의 발달에서 유효하게 그 목적을 달성했다. 더욱이 천연색 사진술 중에서는 그들의 이론이 유용하게 이용되면서 커다란 성과를 올렸다.

<예술과 풍토, 변시지>

🧭 시군

“쇠라와 신인상파 화가들은 물감을 섞지 않고 작은 색점들을 나란히 배치했어요.
눈에서 혼합되도록 해서 색의 순도와 밝기를 높였죠.
그렇다면 이들의 실험은 색을 ‘섞는 것’보다, 어떻게 배열하느냐가 더 중요한 예술이었던 걸까요?”

🍃 지양

“동양 채색화와 단청은 오방색을 상생·상극 원리에 따라 배열해 자연의 흐름과 질서를 표현했어요. 그렇다면 동양에서는 색의 ‘양’보다, 관계와 배치가 색의 에너지와 의미를 만드는 핵심이었을까요?”

🌿 시지의 대답

색은 그 자체보다, 어떻게 나란히 놓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듭니다.
서양은 프리즘처럼 색을 나누어 망막에서 혼합되도록 구성했고, 동양은 여백과 방향 속에 색을 배치해 기운의 흐름을 설계했습니다.

👉 색의 혼합은 물리적 감각, 배열은 정서적 공간. 이 두 방식이 만날 때, 색채는 빛과 감정, 공간을 동시에 지휘하게 됩니다.


👥 대상별 조언

🎓 학생에게

“빨강과 파랑을 팔레트에서 섞은 보라, 그리고 두 색을 나란히 찍어서 멀리서 봤을 때 생기는 보라를 비교해 보세요.
섞는 방식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일반인에게

“인테리어에서도 쿠션과 벽 색의 배열만 바꿔도 공간의 온도와 분위기가 달라지죠.
그림도 마찬가지예요—색의 위치가 감정을 바꿉니다.”

🖼️ 컬렉터에게

“점묘나 고채도 작품은 자연광 아래,저채도·여백 중심 작품은 간접광 벽면에 배치해 보세요.배열과 조도에 따라 색이 달리 울립니다.

🎨 화가 지망생에게

“혼색을 줄이고, 다양한 색 점을 캔버스 위에 직접 두드려 보세요. 변시지 화백은 황토색와 먹색을 여러 겹 찍어 바람과 공기의 기운을 시각적으로 조율했습니다.”


🌀 변시지의 사례

황토 점묘 실험:  팔레트에서 섞지 않고, 황토색· 먹색 점을 겹쳐 찍어 광학 혼합처럼 흙빛의 깊이감과 정서를 층층이 형성.

〈바람 위의 노을〉: 넓은 황토면 위에 주홍·남색의 배열을 오방색의 상생 순환에 따라 구성 → 노을과 바람의 기운을 동시에 불러냄.

👉 변시지는 색을 바람처럼 겹치고,배열로 시간과 방향을 조직했습니다. 그의 색은 ‘칠하는 것’이 아니라, 기운을 배치하고 감정을 흐르게 하는 풍토적 음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