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입체파의 형태론

20. 입체파의 형태론


세잔의 이론을 발전시켜 형태를 철저하게 해체할 것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피카소를 비롯한 브라크 등의 입체파 화가들이었다. 그러나 형태까지도 극한적으로 분해한 결과, 형태 자체에서는 의미를 구할 필요가 없어지고 오히려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재구성할 것인가 하는 구성상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입체파 사람들은 형태 그 자체에 대해 주목할 만한 언급을 많이 하지 않았다. 다만 오장팡 같은 사람은 과거의 미학에서 형태를 말할 때는 항상 구체적인 물상 표현에서 출발했음을 지적했고, 글레이즈는 회화를 평면에 생명을 부여하는 예술로 규정했으며, 드니는 "한 장의 그림은 그것이 말이거나 나체이기 이전에 본래 어떤 일정한 질서를 가지고 모인 물감으로 칠해지고 있는 하나의 평면이다"라고 했다. 보나르 또한 "화면(tableau)이란 서로 연결되면서 대상의 모양을 만드는 반점의 연속이다"라고 했으며, 이와 같은 진술은 몬드리안 또는 니크르송 등의 추상주의의 출현을 1910년대에 이미 예고한 것이었다.

<예술과 풍토, 변시지>

🧭 시군

“피카소와 브라크는 하나의 대상을 여러 시점에서 본 조각들을 한 화면에 겹쳐서 그렸어요.
입체파는 ‘보이는 것 하나’가 아니라,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려 했죠.
그렇다면 입체파 형태론은 지각과 시간, 시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실험이었던 걸까요?”

🍃 지양

“동양 산수화는 삼원법(고원·평원·심원)으로 한 화면 안에 다양한 공간 깊이와 시간 흐름을 담았어요. 그렇다면 동양도 이미 입체적인 시점과 정서의 흐름을 한 장면에 녹여낸 방식이었던 거 아닐까요?”

🌿 시지의 대답

입체파는 눈이 아닌, 발로 본 회화라 할 수 있습니다.
대상을 여러 각도로 관찰해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이동한 평면 위에 겹쳐 놓는 시각적 퍼즐이었죠.
동양 산수화 역시 산과 길, 봉우리와 계곡을 파노라마처럼 배치해 걷는 감정과 시간을 담았습니다.

👉 두 전통은 모두 단일 시점을 넘어 ‘경험 전체’를 시각화하려 한 도전이었습니다.


👥 대상별 조언

🎓 학생에게

“책상을 앞·옆·위에서 그려보고,  그 조각들을 한 장에 퍼즐처럼 배치해 보세요. 입체파가 했던 시각 분해 실험을 직접 느낄 수 있어요.”

👥 일반인에게

“산길을 걷다 보면 보이는 풍경은 하나의 장면이 아니라 연속된 기억의 파노라마죠. 입체파 그림이 낯설게 보여도, 사실은 우리 일상의 감각과 닮아 있습니다.”

🖼️ 컬렉터에게

“입체파적 작품은 시점에 따라 읽히는 면이 달라공간에 유동성과 긴장감을 줍니다. 동양 산수화와 병치 전시하면 ‘동서 다시점’의 대화가 흥미롭게 살아납니다.”

🎨 화가 지망생에게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스케치한 후,그 조각들을 겹치거나 회전시켜 시간·공간이 겹친 장면을 만들어 보세요. 변시지 화백도 ‘<처녀와 밥상>에서 위에서 본 시각을 한 화면에 압축했습니다.”


🌀 변시지의 사례

〈처녀와 밥상〉 소녀가 밥상을 들고 있는 장면을 위에서 아래로 본 면으로 분할·재배치. → 피카소식 분절 구성 + 밥상위의 모습은 동양 삼원법이 한 화면에서 결합됨.

👉 변시지는 “섬을 돌면 어디에선가 본 모습이다”라고 말하며, 입체파의 해체-조립 방식제주의 풍토 감각으로 풀어냈습니다. 그는 동서 시점 해체의 회화적 접점을 제주에서 구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