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세잔의 형태의 단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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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이야말로 형태에 대해 철저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자연에의 끊임없는 관찰의 결과로 하나의 원리를 발견했다. 그는 자연에서의 모든 것을 원통·원뿔·구체(球體)로 보았다. 그래서 그는 "지금, 단순한 형태로 그릴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면 용이하게 원하는 것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그의 친구 베르나르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인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후에 입체파의 출현을 보게 된 것은 유명한 일이다. 세잔의 이와 같은 생각은 앵그르의 '큰 형태를 잡아라'라는 뜻과 결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조형으로서의 회화의 역사는 중심적 과제로 전환하여 대담한 근대회화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세잔은 소묘에 대해 "순수한 데생이란 하나의 추상에 지나지 않는다. 사물은 색채가 있는 이상 데생과 색채와의 구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후까지 선(線)보다는 양감(量感)에 중점을 두어 색조를 중시했다. 그리하여 그는 "윤곽은 나로부터 멀어져 간다"고 말할 정도로 자연에서의 원뿔과 원통과 같은 단순화를 시도했다. 아울러 그는 사과, 꽃병, 풍경, 인물 등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제각기 고유의 형태나 색채보다는 그것들 속에 내재한 공통의 성질, 즉 입체성이나 안정성을 회화적으로 추상화하려 했다. 구형(球形)·방형(方形)·평면의 상이점을 넘어서서 단순히 어떤 것과도 공통할 수 있는 입체성을 추상화하는 형이상학적 추구라 할 것이다. 그는 넓은 표면을 평평하게 칠했을 때 평붓의 터치가 화면에 남는 것을 이용하여 한 개의 장방형 색면과 인접하는 다른 색면 사이의 비약적인 변화 상태를 온존(溫存)하면서 그것을 나열하고 독특하게 묘사하여 종래의 톤의 기술을 제거하거나 단순화하거나 추상화했다. 입체파의 형성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형태의 단순화'란, 세잔에게서는 대상물이 무엇이기 전에 그것은 이미 하나의 추상(抽象)이었다. <예술과 풍토, 변시지> |
🧭 시군
“세잔은 사과나 산, 사람을 그릴 때 구, 원추, 원통으로 나눠 단순한 형태로 정리했어요.
이렇게 복잡한 것을 단순화해서 보면, 더 본질에 가까운 구조가 보인다고 했죠.
그렇다면 서양 미학에서 단순화는 복잡함을 줄이는 게 아니라, 핵심에 이르는 방법일까요?”
🍃 지양
“동양 화가들은 산, 잎, 파도를 몇 개의 붓놀림으로만 표현했어요.
단색화 작가들도 반복과 절제로 사물의 기운을 드러내려 했죠.
그렇다면 동양에서도 단순화는 비움과 응축을 통해 본질을 드러내는 길이었던 것 아닐까요?”
🌿 시지의 대답
세잔의 단순화는 **덜어내기(減)**가 아니라 **응축하기(濃)**였습니다.
그는 사물을 단순 도형으로 정리하며, 시각적 질서와 안정성을 찾았고,동양 화가는 몇 획으로 자연의 기운과 여운을 남겼습니다.
👉 형태의 단순화는 결국 물질을 줄이고 의미를 짙게 하는 미학 ,보이는 틀을 좁히고 해석의 여지를 넓히는 방법입니다.
👥 대상별 조언
🎓 학생에게
“복잡한 건물을 그릴 땐, 먼저 직육면체나 원통 같은 기본 도형으로 나눠 보세요.
구조가 단단해지면 디테일도 자연스럽게 들어갑니다. 단순하게 보는 눈이 중요해요.”
👥 일반인에게
“군더더기 없는 공간이 오히려 집중과 여운을 주죠.
그림도 마찬가지예요. 색과 선을 줄이면, 핵심 인상이 더 또렷해집니다.”
🖼️ 컬렉터에게
“단순한 작품일수록 멀리서 구조, 가까이서 질감이 보입니다.단순함 속에 감정과 시간의 층을 담은 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집니다.”
🎨 화가 지망생에게
“스케치할 때 먼저 대상을 기하학 형태와 리듬으로 정리하고, 그다음 감정을 덧입혀 보세요.
변시지 화백은 제주 오름을 두세 곡선만으로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 지층과 바람을 담았습니다.”
🌀 변시지의 사례
〈오름 〉 시리즈 : 제주 오름의 능선을 두세 개의 곡선으로 단순화.황토의 그라데이션으로 지층의 깊이를 암시.
→ 세잔의 구조적 단순화와 동양의 여백 감각이 겹쳐진 표현.
황토+먹 추상색과 형태는 최소화하고, 질감과 기운만 남겨→ 동양 단색화처럼, 비움 속 의미 밀도를 높임.
👉 변시지의 단순화는 단순한 생략이 아니라, 의미의 압축이고 감정의 정제였습니다. 그에게 단순한 선 하나, 먹 한 점은 산보다 크고, 말보다 깊은 언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