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드가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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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의 〈욕조〉, 〈머리 빗는 여인들〉, 〈욕조로 들어가는 여인〉 등의 연작을 본 르누아르는 단순하면서도 힘찬 표현에 감명을 받고 "이는 파르테논의 단편과 같다"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창작 기술상의 문제들을 논리적·체계적으로 논한 것이 드물기는 하지만 언젠가 그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는 젊은 사람들을 위해 이런 연구소를 하나 개설해 보고자 한다. 일층에는 살아 있는 모델을 사용하는 초보자의 교실이 있으며, 이층 이상은 모델 없이 그리면서 위로 올라갈수록 상급생을 위해 꾸며져 있어, 최상급 학생이 살아 있는 모델을 참고하려면 위층에서 아래로 내려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 학교를 졸업한 다음엔 이미 훌륭한 화가가 되어 있을 것이 틀림없다." 이 같은 연습법은 사실 드가 자신이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경우 모델을 직접 그리지 않고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다가 머릿속에 충분히 기억시켜 그렸던 것이다. 데생에 대해서도 그는 말했다. "데생은 형태가 아니다. 형태를 보는 방법이다." <예술과 풍토, 변시지> |
🧭 시군
“드가는 발레리나나 목욕하는 여인의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했어요.무대 뒤, 쉬는 시간 같은 비공식 장면을 일부러 골랐죠.
그렇다면 모델은 더 이상 ‘이상적인 인물’이 아니라, 순간의 진짜 표정과 자세를 담는 존재가 된 걸까요?”
🍃 지양
“에도 시대 우키요에나 조선 풍속화도 서민과 거리의 삶을 담았어요.
그렇다면 동양에서도 모델은 군자·귀족을 넘어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전체로 확장된 것 아닐까요?”
🌿 시지의 대답
드가와 동양 풍속화가는 공식이 아닌 일상의 찰나를 사랑했습니다. 드가는 스냅처럼 포즈 없는 순간, 동양 화가는 여백과 시선 사이에 서민의 숨결을 담았죠.
👉 오늘날의 모델은 더 이상 완벽한 형태가 아니라, 관계·상황·움직임의 이야기를 품은 살아 있는 인물입니다.
👥 대상별 조언
🎓 학생에게
“친구가 공부하다 졸다가 고개를 떨구는 순간을 스케치해 보세요.어색하더라도 솔직한 순간이 그림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 일반인에게
“사진처럼, 그림도 우연한 찰나가 매력적일 수 있어요.
모델이 자연스러워 보인다면, 그건 작가가 ‘무심한 순간’을 잘 잡아낸 것입니다.”
🖼️ 컬렉터에게
“드가나 우키요에 계열 작품은 **잘려 나간 구도(크로핑)**와 일상성이 특징입니다.
화면 밖으로 뻗는 서사의 여백이 컬렉션의 분위기를 확장시킵니다.”
🎨 화가 지망생에게
“모델에게 포즈를 지시하기보다, 쉬거나 잡담할 때 조용히 관찰해 보세요.변시지 화백도 시장 한켠에서 졸고 있는 할머니의 고개 움직임을 한 획에 담아냈습니다.우연한 몸짓이 작품을 숨 쉬게 합니다.”
🌀 변시지의 사례
폭풍의 바다 연작: 찰나의 폭풍를 빠른 붓질과 번짐으로 포착 → 드가의 발레리나처럼 움직임 사이의 쉼표를 그림에 담음.
👉 드가가 무대 뒤 빛을 좇았다면, 변시지는 섬의 바람 속에서 사람의 순간적 숨결을 붙잡았습니다. 이들은 동서양의 **‘찰나 리얼리즘’**을 각자의 방식으로 실천한 작가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