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즐겁게 하는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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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예술의 토대는 조형감각이다. 형태와 색채의 통일과 조화야말로 그것이 구상이든 추상이든 관계없이 우리에게 미적 쾌감을 고양시킨다. 그것은 예술의 형식과 기법과 장르에 따라 다양한 정서와 심미적 위안을 준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사물의 보다 더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형태와 이미지에 접근하려는 노력의 소산이요, 그것을 추구하기 위한 자기 자신의 예술가적 양심과의 화해의 결과이다. 회화예술에서 감성적으로 지각되는 요소는 형태 또는 색채 이외의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색채와 형태가 어떠한 조화와 비율에 의해 배열되었을 때 우리는 거기서 쾌감을 느낀다. 반면에 그 배열이나 균형이 형성되지 못했을 경우에는 무관심 또는 불쾌감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는 사람의 육체와 정신의 균형에 비유할 수 있겠다. 화가는 이같이 색채와 형태로 통일과 조화를 창출함으로써 우리를 즐겁게 하려는 하나의 신(神)의 하수인이다. 예술이란 '즐겁게 하는 형식'을 만들려는 시도이다. 형태와 색채의 통일과 조화야말로 그것이 구상이든 추상이든 관계없이 우리에게 미적 쾌감을 고양시킨다. 그것은 예술의 형식과 기법과 장르에 따라 다양한 정서와 심미적 위안을 준다. <예술과 풍토, 변시지> |
🧭 시군
“칸트는 미적 체험을 상상력과 이성의 자유로운 놀이라고 했고, 듀이도 예술을 ‘즐거운 절정 경험’이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훌륭한 예술 형식은 결국 놀이처럼 즐겁고 자유로운 구조를 뜻하는 걸까요?”
🍃 지양
“동양에서도 풍류나 흥(興), 일본의 아소비(遊び)처럼 예술은 ‘즐기는 여유’에서 나온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동양에서 좋은 예술 형식은 엄격한 규칙을 지키면서도 그 안에서 유쾌하게 노는 것 아닐까요?”
🌿 시지의 대답
형식은 규칙이자 놀이터입니다.
서양은 질서 속에서 감각과 이성이 만나 자유롭게 유희할 때 미가 생긴다고 했고, 동양은 규칙을 세우되 그 틈에서 흥과 여백을 즐겼습니다.
👉 결국 ‘즐겁게 하는 형식’이란 틀 안에서 자유가 숨 쉬고, 놀이가 질서를 타고 흐를 때 생겨나는 구조입니다.
👥 대상별 조언
🎓 학생에게
“시를 쓸 때 운율(리듬)을 정해 두고 그 안에서 단어를 자유롭게 놀게 해 보세요.형식이 탄탄할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활짝 열립니다.”
👥 일반인에게
“좋은 디자인은 기능뿐 아니라 작은 놀라움을 줍니다.
그림을 볼 때 ‘내 시선이 어디서 미끄러지고 멈추는가’를 살펴보세요.
그 흐름이 바로 형식의 유희입니다.”
🖼️ 컬렉터에게
“형식이 단단하면서도 예상 밖의 리듬이나 위트가 숨은 작품은 오래 봐도 질리지 않아요.그런 작품을 컬렉션에 더하면 공간에 활력이 생깁니다.”
🎨 화가 지망생에게
“캔버스를 격자로 나눈 뒤, 일부 칸만 색을 바꿔 보세요.규칙을 만든 뒤 그걸 살짝 깨는 자리에서 놀이의 즐거움이 생깁니다.변시지 화백도 한 획 먹선 이후, 물이 번지게 하며 우연을 즐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 변시지의 사례
즉흥 붓놀림과 물 번짐: 제주 시기 수묵작품에서 엄격한 구도 위에 우연한 얼룩과 먹선 번짐을 더해, ‘형식 + 놀이’의 조화를 이룸.
👉 변시지는 형식을 “진지한 놀이터”라 불렀고, 완벽보다 여백에서 피어나는 흥과 움직임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