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바넷 뉴먼 – 〈영웅적 숭고〉

무한 속에 선 인간의 수직선

넓은 색면 속에 한 줄의 수직선. 뉴먼은 그 선을 인간의 존재, 시간의 순간으로 불렀다. 단순하지만, 사유의 공간은 끝이 없다

거대한 붉은 색면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수직선, 그것이 이 작품의 전부입니다. 뉴먼은 이 수직선을 ‘지프(zip)’라 부르며, 단순한 조형 요소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상징으로 이해합니다. 그에게 회화는 장식이나 서사가 아니라, 인간의 실존적 경험을 드러내는 매체였습니다.

이 단순한 구성을 처음 마주한 이들은 아마도 당혹스러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과연 이것이 예술인가?”라는 물음이 떠올랐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작품 앞에 오래 머물다 보면, 그 안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깊이를 감지하게 됩니다. 광활하게 펼쳐진 색면은 무한한 공간과 시간을 상징하며, 그 가운데 선명히 서 있는 수직선은 그 무한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나타냅니다.

뉴먼은 유대인으로서 홀로코스트의 상처를 짊어진 세대였고, 실존주의 철학의 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의 작품 제목은 성경이나 유대 신화에서 가져온 경우가 많았지만, 구체적 도상은 과감히 제거되었습니다. 그는 오직 색채와 형태만으로 숭고한 감정과 영적 경험을 탐구하였습니다.

빨강을 응시하면 다양한 의미가 차례로 다가옵니다. 생명의 색, 피의 색, 열정의 색, 그리고 고통의 색. 뉴먼의 붉음은 이 모든 상징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색 자체가 지닌 원초적이며 종교적인 힘, 어떤 이야기나 형상 없이도 곧장 영혼을 울리는 힘이 바로 그것입니다.

뉴먼의 회화는 관객에게 명상적 체험을 요구합니다. 작품 앞에 오래 머물수록, 단순해 보이던 색면과 선은 차츰 복잡한 감정과 사유를 불러일으킵니다. 추상표현주의의 다른 화가들이 격정적 감정을 폭발시키며 화면에 쏟아냈다면, 뉴먼은 정적이고 고요한 사색의 공간을 열어 보였습니다.

그의 작업은 1960년대 미니멀 아트의 선구가 되었으며, 도널드 저드나 댄 플래빈과 같은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뉴먼의 회화는 단순한 미니멀리즘을 넘어, 형이상학적 의미와 숭고의 차원을 더욱 짙게 품고 있습니다.

이 작품 앞에 서면 문득 자기 존재를 성찰하게 됩니다. 무한한 우주 속에서 한 점에 불과한 나 자신. 그러나 동시에 그 작은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도 깨닫게 됩니다. 뉴먼의 수직선처럼, 우리 또한 무한 속에 새겨진 하나의 존재 증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