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마르셀 뒤샹 – 〈샘〉

예술의 정의에 던진 혁명적 질문

변기를 전시장에 두는 순간, 그것은 예술이 된다. 뒤샹은 질문한다. "무엇이 예술을 예술로 만드는가?

1917년, 뉴욕 독립미술가협회의 전시장에서 ‘R. Mutt’라는 가명의 출품작이 하나 등장합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남성용 소변기를 90도 회전시켜 받침대 위에 올려놓은 것. 제목은 간결하게 〈샘(Fountain)〉이었습니다. 전시위원회는 이를 거부했지만, 이 사건은 미술사에서 지워지지 않는 도발로 기록됩니다.

처음 이 작품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변기가 예술이라니. 그러나 뒤샹의 의도를 헤아리기 시작하면, 그것이 얼마나 혁명적인 발상이었는지 비로소 보입니다. 그는 ‘레디메이드’라는 개념을 통해 예술가의 손기술이나 독창성보다 선택과 맥락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예술가가 일상의 사물을 지목하고 미술관의 맥락 속에 놓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사물이 아닌 예술이 되는 것입니다.

이 행위는 르네상스 이후 서구 미술을 지배해온 ‘미적 판단’의 권위를 뒤흔듭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뒤샹은 바로 그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예술이 제도와 권위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다시 물어야 하는 질문임을 드러냈습니다.

그가 말했듯, “나는 망막적 미술을 파괴하고 싶었다.” 시각적 쾌락이나 기교적 완성도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개념적 전환, 사유의 긴장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탐구했습니다. 〈샘〉이라는 제목 또한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닙니다. 물이 흘러나오는 기능적 유사성을 암시함과 동시에, 창작의 원천이 어디에서 솟아오르는지를 묻는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뒤샹 이후 예술은 더 이상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팝 아트, 미니멀 아트, 설치미술, 개념미술 등 20세기 후반의 흐름은 모두 그의 레디메이드에서 파생된 가지들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현대미술 앞에서 “이것도 예술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 물음은 결국 뒤샹이 1917년에 제기한 근본적 문제의 연장선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예술의 힘입니다. 단순한 변기가 미술관의 맥락 속에서 다른 의미로 변모하는 순간, 우리는 예술이 지닌 변형과 창조의 힘을 목격합니다. 예술이란 결국 낯익은 것을 낯설게 만들고, 사소한 것을 숭고하게 바꾸는 능력에 있음을, 뒤샹의 〈샘〉은 강렬히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