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앤디 워홀 – 〈마릴린 먼로〉

대중의 아이콘이 된 순간

반복된 이미지와 과장된 색채는 아이콘을 상품으로 만든다. 워홀은 대중문화 속에서 예술의 자리를 비틀어 보여준다

1962년, 마릴린 먼로의 갑작스러운 죽음 직후 앤디 워홀은 그녀의 이미지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무한히 복제한 연작을 제작하였습니다. 영화 〈나이아가라〉의 홍보 스틸 컷에서 따온 이 얼굴은 형광색으로 과장되거나 흑백으로 바래며,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상품처럼 줄지어 배치됩니다.

워홀은 “나는 기계가 되고 싶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예술가의 개성과 감정을 벗어던지고, 복제와 반복 그 자체를 미학의 중심에 세우려는 의지였습니다. 그의 화면 속 마릴린은 더 이상 한 개인의 초상이 아니라, 복제 기술과 소비 사회가 만들어낸 아이콘이자 기호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반복은 단순한 장식적 패턴이 아닙니다. 형광빛으로 물든 얼굴은 스타의 화려함을, 어두운 음영으로 지워진 얼굴은 죽음과 소멸을 암시합니다. 워홀의 실크스크린은 생과 사, 영광과 파멸, 스타덤과 공허의 이중성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그는 벤야민이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이라 예견했던 풍경을 현실 속으로 끌어내며, 이미지가 상품화되어 소비되고 진부해지는 과정을 차갑게 기록했습니다.

팝 아트의 선구자인 워홀은 고급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렸습니다. 그의 스튜디오, 일명 ‘팩토리’에서는 조수들과 함께 작품을 마치 산업 제품처럼 대량으로 생산했으며,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예술가의 고유성과 독창성은 의도적으로 해체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소비문화의 허상을 드러냈던 이 연작은 오늘날 경매장에서 수억 달러에 거래되는 최고가의 상품이 되었습니다. 워홀이 남긴 마릴린은 결국 ‘이미지’의 운명을 말해줍니다. 그것은 끝없이 소비되고, 다시 재탄생하며, 예술과 상품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현대의 성상(聖像)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