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조화를 향한 기하학적 명상
가로와 세로, 삼원색. 몬드리안은 단순함 속에 절대 조화를 찾았다. 세상은 질서와 균형으로 다시 그려진다
검은 직선이 얽혀 만든 격자 위에, 빨강·파랑·노랑의 삼원색과 흰색, 회색이 고요히 자리합니다.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는 자연의 외형을 철저히 벗겨내고, 가장 순수한 조형 요소만으로 예술을 구성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처음엔 단순해 보입니다. 그러나 오래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안에 깃든 깊이가 서서히 드러납니다. 수직과 수평의 만남, 삼원색의 울림, 각 색면의 크기와 위치가 만들어내는 긴장과 균형은 치밀하게 계산된 듯하면서도 묘하게 자연스럽습니다.
몬드리안은 “예술은 자연과 평행선을 그어야 하며, 단순히 모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선들은 자연의 곡선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보편적 질서를 길어 올린 것이었습니다. 수직과 수평은 남성과 여성, 정신과 물질, 개체와 보편 같은 대립적 원리들을 담아내며, 그 직각의 만남 속에서 화해와 조화를 이룹니다.
이 단순한 기하학적 추상은 우리에게 태극 문양을 떠올리게 합니다. 음과 양의 상호작용, 다르면서도 서로를 살리는 힘의 균형. 몬드리안 역시 그러한 우주적 조화를 기하학적 언어로 구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삼원색은 모든 색의 근원이자 무한한 변주의 시작점입니다. 몬드리안은 평생 이 원리를 고수했지만, 그 안에서 무궁한 변화를 창조했습니다. 선의 두께, 색의 강도, 면적의 크기를 달리하며, 각 작품마다 다른 리듬과 호흡을 불어넣었습니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시각적 질서를 넘어, 철학적·영적 탐구 위에 세워진 체계였습니다. 테오소피 사상, 헤겔의 변증법, 수학적 비례 이론이 그의 추상 회화를 뒷받침했습니다.
이 신조형주의는 미술을 넘어 건축과 디자인, 나아가 20세기 근대적 미학 전체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바우하우스의 교육 이념, 국제주의 건축의 단정한 질서 속에는 몬드리안의 그림자가 배어 있습니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순수한 질서와 조화가 가능하다는 믿음, 예술이 세계를 정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건네줍니다. 몬드리안이 추구한 것은 결국 예술을 통한 세계의 치유와 구원이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