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잭슨 폴록 – 〈넘버 1〉

몸짓이 된 회화, 회화가 된 춤

캔버스 위에 떨어지고 흩어지는 물감. 폴록의 몸짓은 기록이 되고, 기록은 회화가 된다. 질서와 혼돈이 같은 호흡으로 숨 쉰다

1950년에 제작된 이 대형 회화에서 폴록은 전통적인 이젤 회화를 완전히 포기하고, 바닥에 펼쳐진 캔버스 위에서 물감을 뿌리고 흘려 작품을 완성합니다. 이른바 ‘액션 페인팅’ 또는 ‘드립 페인팅’ 기법으로, 그는 붓 대신 막대기나 주걱을 사용하여 물감을 떨어뜨리고 흩뿌렸습니다.

검은색, 흰색, 은색의 선들이 복잡하게 얽히며 화면 전체를 가득 메웁니다. 처음에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독특한 리듬과 균형이 숨어 있습니다. 이는 마치 궁중 무용의 복잡한 동작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조화로운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폴록의 작업 과정은 한스 나무스의 사진과 필름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는 마치 춤을 추듯 캔버스 주위를 돌며 온몸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는 회화를 단순한 시각 예술에서 벗어나 행위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사례였습니다.

폴록은 무의식의 자동성을 존중했지만, 전적으로 우연에 의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나는 자연 속에 있고, 자연은 내 안에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작업을 자연의 창조 과정과 연결된 행위로 이해했습니다.

의식과 무의식, 계획과 우연, 통제와 해방이 하나의 창조적 행위 속에서 서로 만나는 것입니다.

추상표현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예술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폴록의 작품은 미국적 개인주의와 자유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했으나, 동시에 현대 문명의 불안과 혼돈을 반영한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그의 작품을 둘러싼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지만, 회화의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완성된 결과물보다 창조 과정 그 자체가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 앞에 서면 폴록의 몸짓이 느껴집니다. 화면 위를 가로지르는 리듬과 에너지,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힘과 마주하는 용기. 예술이 삶과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