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레오나르도 다빈치 – 〈모나리자〉

미소 속에 숨겨진 시간의 비밀

미묘한 미소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선. 다빈치는 인간의 표정을 한순간이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렸다. 미소는 변하고, 보는 이의 마음마저 변한다

피렌체 귀족 여인 리자 델 조콘도의 초상으로 시작된 이 작품은, 인류 미술사상 가장 신비로운 미소의 주인공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러나 그 미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단순한 웃음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입가에 머무는 미묘한 표정은 기쁨과 슬픔, 친밀함과 거리감, 현실과 신비가 동시에 스며든 감정의 결정체입니다.

레오나르도의 스푸마토 기법은 윤곽선을 흐리고 색채의 경계를 부드럽게 녹여내어, 모나리자의 미소와 시선에 영원한 모호함을 남겼습니다. 이는 우리네 수묵화에서 말하는 ‘여백의 미’와 닮아 있습니다. 분명히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상상의 공간을 열어두는 것, 불확정성 속에서 감정이 증폭되는 것.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고 있으면 묘한 감각에 사로잡힙니다. 모나리자는 분명히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나를 보지 않는 듯합니다. 그 눈빛은 500년의 시간을 건너 지금 여기의 우리와 조우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알 수 없는 더 먼 세계를 향하고 있습니다.

배경의 풍경 역시 신비로움을 더합니다. 왼쪽과 오른쪽의 지평선은 미묘하게 어긋나 있어, 전체 구도에 알 수 없는 역동성을 불어넣습니다. 이는 레오나르도의 지질학적 탐구심을 반영하면서도, 현실과 이상,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경계의 풍경을 암시합니다.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그려졌지만, 시대를 넘어 오늘의 우리와도 대화를 나누는 예술. 모나리자의 미소가 신비로운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한 개인의 표정을 넘어, 인간 존재 그 자체의 불가해한 심연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레오나르도는 이 작품을 평생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하며, 완성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문을 던졌습니다. 진정한 예술은 끝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생성되고 변화하며 살아 숨 쉬는 것임을, 모나리자의 미소는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