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주인을 바꾸다
무표정한 시선은 관습과 권위를 정면으로 부순다. 마네는 전통적 누드의 이상화를 거부하고, 현대적 여성의 주체성을 전면에 세웠다. 시선의 주인은 더 이상 관객이 아니다
침실의 침대 위에 누운 여인은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아닌 도전과 당당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패러디한 이 작품에서, 마네는 고전적 누드화의 모든 규범을 과감히 뒤엎습니다.
올랭피아의 몸은 이상화된 신체가 아니라, 현실의 몸 그대로입니다. 그녀의 시선은 관객의 시선을 거부하지 않고 되돌려주며, 응시의 권력이 전복되는 순간을 만들어냅니다. 침대 위에 놓인 검은 고양이는 순결을 상징하던 강아지를 대체하며, 긴장과 불안을 드러냅니다. 하녀가 건네는 꽃다발은 은밀한 거래의 증표처럼 보이며, 목에 걸린 검은 리본과 벗겨진 슬리퍼는 그녀의 매춘부로서의 정체성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아함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네는 이 작품을 통해 19세기 파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부르주아 사회의 위선과 이중성, 여성의 상품화가 은유적으로 비판되며, 동시에 여성 주체의 자율성과 시선의 주권이 당당하게 선언됩니다. 1865년 살롱에서 불러온 스캔들은 단순한 나체의 노출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기존의 권력 구조를 흔들어놓은 시선의 힘 때문이었습니다.
〈올랭피아〉는 회화가 더 이상 고전적 신화와 이상화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마네는 이 작품으로 회화의 민주화를 선언하며, 모던 아트의 문을 힘차게 열어젖힙니다.